인사말

우리 모두의 오래된 새 길, ‘문화세계의 창조’
경희대학교를 방문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요즘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 혁명이 대학의 전통적 기능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 대학의 생존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찬 미래는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태동합니다. 대학 안팎의 위기를 극복할 힘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경희 정신을 바탕으로 창의적 연구, 인본주의 교육, 전 지구적 봉사를 새롭게 실천해야 합니다.

경희 정신의 핵심은 ‘문화세계의 창조’에 있습니다. 문화세계는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민주주의 공간입니다. 인간과 지구가 균형을 이루며 인류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번영을 누리는 멋진 세계입니다. 문화세계는 경희가 지난 70여 년간 끊임없이 추구해온 가치이자 새로운 경희가 지향할 미래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의 오래된 새 길인 셈입니다.

경희는 최근 10여 년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명문 사립의 자리를 굳건히 하면서 자신감을 확보했습니다. ‘경이로운 경희’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었습니다. 그러나 문명사적 대전환을 맞고 있는 지금, 우리의 미래는 녹록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은 눈앞의 이득만 계산하며 대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시장 만능주의는 인류 공동체와 지구 환경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대학이 교육을 통해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는 변혁의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인류사회 건설을 위한 집단지성의 거점으로 대학이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2049년이면 경희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저는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서 경희 100년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학문과 평화를 양 날개로 삼아 구성원 여러분과 함께 날아오르겠습니다. 한순간도 ‘문화세계의 창조’의 창학정신과 미래 비전을 잊지 않겠습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도 잊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총장의 책무를 가슴에 새기고, 오늘의 초심을 잊지 않도록 늘 눈과 귀를 열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