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제목

2020학년도 신입생 입학 축사

2020-02-28

"불확실성 너머에 더 큰 미래가 있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든든합니다.

아울러 오늘 이렇게 자랑스러운 경희인을 만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주신 학부모님과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러분을 직접 마주하지 못한 채 축하 인사를 드리게 되어 아쉽습니다. 한국 대학 역사상 감염병으로 인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하고 개강까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2020년 3월은 여러분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계기로 인간과 사회, 현대 문명과 지구 생태계와의 관계를 새삼 고민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남다른 출발인 만큼 신입생 여러분의 꿈과 희망, 그리고 각오와 의지가 저마다 새로우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경희대학교 학생입니다. 앞으로 4년 재학하는 동안 여러분은 ‘경희대 학생’으로 불리고, 또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도 여러분에게는 ‘경희대 출신’이라는 레테르가 붙게 됩니다. ‘나’라는 개인도 중요하지만 내가 속한 대학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대학과 호흡하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은 건너가고 나면 잊히는 징검다리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신입생 여러분, 경희대는 여러분이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크고 멋진 대학입니다.

학교 홈페이지나 다른 자료를 통해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 대학은 지난 세기 중반부터 교육과 평화, 학술과 실천을 선도적으로 결합하며 인류 평화를 추구해왔습니다. 학술기관이자 사회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다져왔습니다. ‘학문과 평화’는 우리 대학의 교시 ‘문화세계의 창조’와 함께 여러분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경희의 핵심 가치입니다.

우리 대학은 지금으로부터 71년 전인 1949년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6·25 전쟁이 발발해 부산으로 피란해야 했습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우리 대학은 피란지 임시 캠퍼스에서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원대한 미래비전을 수립했습니다. 문화세계란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의 조화를 통해 인류가 공존 공영하는 지속가능한 지구공동사회를 뜻합니다. 이를 위해 자유, 평등, 공영에 기반한 민주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우리 대학은 한반도와 한민족을 넘어 지구 차원에서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염원한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1950년대 중반부터 농촌계몽운동, 자연보호운동, 잘살기운동을 펼치면서 대학의 공적 가치를 추구해왔습니다. 1965년에는 세계대학총장회(IAUP) 설립을 주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창립대회를 가졌습니다. 이후 이 기구는 경희의 세계평화운동의 매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981년에는 악화일로에 있던 동서 냉전 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UN에 세계평화의 날을 제정하도록 촉구했으며 이후 매년 9월 21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평화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안으로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내실을 다졌습니다. 1970년대에 종합의학계열을 구축하고 1980년대에는 경기도 용인에 국제캠퍼스와 경기도 남양주에 광릉캠퍼스를 마련해 국내 굴지의 종합대로 성장했습니다. 21세기 들어 경희는 다시 한 번 비상했습니다. 2009년 개교 60주년이 도약대였습니다. 우리 대학은 학문적 권위를 재건하고 화합과 창조의 미래사회를 추구하면서 대학 운영의 전 부문을 혁신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대학의 대내외 위상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과 연구, 국제화, 캠퍼스 인프라 등 대학의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국내 종합대학 5위권, 세계대학 평가 30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는 국내대학 1위, 세계대학 27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대학이 일찍부터 비중을 둬온 시민교육과 사회적 기여가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또한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도 우리 대학은 최우수대학(2위)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가 ‘더 나은 미래’의 설계자입니다.

우리 대학은 과거의 성취에 만족하는 대학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의 공식 슬로건인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 지구적 존엄을 향하여(Towards Global Eminence)’가 상징하듯이 경희는 더 큰 미래, 더 많은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땅을 보라!” 우리 대학 설립자 미원 조영식 박사(1921~2012)께서 남긴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하늘(이상)과 땅(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론과 실제, 부분과 전체,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두루 재정의하면서 보다 큰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입니다. 이것이 우리 경희의 담대한 꿈입니다. 이 멋진 꿈을 이뤄나가는 데 이제 여러분이 동참해야 합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아시듯이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월가의 현자’라고 불리는 나심 탈레브 교수가 지적했듯이 ‘블랙 스완(Black Swan)’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블랙 스완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 사건으로,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변화를 초래합니다. 9·11 테러가 좋은 예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도 블랙 스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블랙 스완이 예전보다 더 자주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직면하게 될 미래는 블랙 스완과의 싸움일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 핵무기, 에너지 및 자원 고갈, 종교 간 갈등, 양극화와 불평등, 인구 폭발, 신종 전염병 등등 지구촌 곳곳에서 블랙 스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교육의 역할이 새삼 커지고 있습니다. 현실정치나 시장경제는 멀리 내다보지 않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우리 대학에서 구성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물인 <미래대학 리포트>의 제목이 ‘대학이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학이 문명 전환의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학교법인 경희학원 조인원 이사장께서 “보다 나은 인류사회를 추구하는 교육은 새로운 스케일을 요구한다.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열정과 상상력, 그리고 리더십을 키워주는 교육은 우주, 인간, 지구공동체에 대한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성찰에서 출발한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여러분이 경희 캠퍼스 안에서 마음껏 배우고 꿈꾼다면 ‘보다 나은 인류사회를 추구하는 경희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대학 생활은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이자 기업인인 세스 고딘은 청년들에게 아티스트가 되라고 권유합니다. 세스 고딘은 “도전과 용기,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에 자신이 만든 안락함과 틀을 벗어나 높이 날아 올라가야만 한계를 초월해 자기 변화와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 아티스트”라고 말합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알리바바의 마윈,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BTS 등이 아티스트입니다. 아티스트는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최근 ‘코로나 앱’을 개발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여러분의 선배 이동훈 학생도 아티스트입니다.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요건 중 하나가 학생들이 마음껏 배우고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대학입니다. 학생들이 만족하고 자부심을 갖는 대학입니다. 경희는 여러분이 더 많은 미래, 더 좋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대학 교양교육을 혁신한 후마니타스칼리지는 물론이고 우수한 교수진이 이끌어가는 전공교육, 학생이 주도하는 독립연구, 다양한 국제교류 제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봉사활동, 전방위적인 사회진출 프로그램 등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블랙 스완’을 이겨내는 미래의 주역이 바로 ‘아티스트’입니다. 우리 대학은 벌써부터 아티스트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후마니타스’입니다. 후마니타스란 인간의 인간다움을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발명하는 인간, 미래문명의 발명에 기여하는 인간’이 후마니타스입니다. 오늘부터 날개를 펼치십시오. 후마니타스의 이름으로, 경희의 이름으로 더 높이, 더 멀리 바라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힘차게 날아오를 것입니다. 경희의 1천 4백여 교수님, 5백여 교직원 선생님, 2만 9천여 선배, 그리고 32만여 동문이 여러분을 힘껏 응원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지만 곧 정상화되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에서는 여러분의 학습권에 차질이 없도록, 또 여러분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만날 때까지 밝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